기획재정부 등록일 2015-01-02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2015년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가
밝았습니다.
광복(光復)으로 나라의 기틀을
새로 설계한 지 70년이 되었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전쟁,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일어섰습니다.
많은 개도국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됐고,
이제 그들은 "우리도 한국처럼 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세계 경제발전사에 전무후무할만한
성취입니다.
지난해에도 우리는 대내외 도전에 맞서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일본을 국가신용등급에서 앞질렀고,
FTA 경제영토는 세계 3위로 확대되었습니다.
가장 짧은 기간에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던 경제주체들 사이에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확장적 거시정책과 부동산 대책으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되찾았고,
가계소득 증대세제와 청년ㆍ여성ㆍ자영업 대책
등으로 구조적 내수부진을 돌파할
제도들을 설계했습니다.
예산안은 12년 만에 법정기한 안에
통과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국민,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주신 덕분입니다.
특히, 일과 휴식의 경계도 없이 애써주신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우리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이렇게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문제점도
압축적으로 쌓였습니다.
경직되고 이중적인 노동시장,
내수ㆍ수출과 대ㆍ중소기업 등 부문 간 불균형,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현장과 괴리된 교육이나 금융 보신주의
등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마치 200년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터럭만큼도
병이 아닌 것이 없다"며 '국가 대개혁'을
외칠 때의 모습입니다.
문제점들이 쌓이고 쌓여, 적폐(積弊)가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문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눈을 감았거나,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느라 중장기 과제로 미뤘거나, 근본개혁
대신 임시미봉(臨時彌縫)으로 대응한
결과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떠넘기다가, 타이머가 멈추기 직전에
우리시대가 물려받은 셈입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적폐의 개혁은 이제 우리시대의 미션이 됐고,
대통령 말씀대로 현 정부의 '팔자'가 됐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돌아갔는데, 뭐 별일 생기겠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단언컨대, '근거 없는 믿음'입니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세세만년 잘 나갈 것 같던 유럽 선진국들이
비틀거리고, 일본화(Japanization)는 가장
두려운 단어로 변했고, 러시아는 경제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그런 길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어어~"하다가, 개혁에 실기(失機)하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우린, 눈앞의 명백한 증거들에
눈 감지 말아야 하고, 시대 과제를
회피해서도 안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다행히 올 1년은, 시간이 '우리편'입니다.
전국 단위의 큰 선거도 없습니다.
개혁에 대한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개혁전략을 만들어 두었고,
G20에서 "우리의 전략이 가장 낫다"는
검증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를 '2015 경제정책방향'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올 한해의 '액션 플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선두로, 노동, 교육, 금융 부분의
구조개혁을 통해 사람과 돈이라는 경제의
핵심요소가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할 것입니다.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자본유출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에도 사전에 대비하겠습니다.
세법개정안, 부동산법, 장년ㆍ여성ㆍ자영업 대책,
투자활성화 대책, 재정 조기집행 등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면 민간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를 일깨울 것입니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한발 한발 착실하게
내딛는 실행만 남았습니다.
출발도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일정과 논의기구 구성에
여ㆍ야가 합의했고, 노사정이 노동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한 달 일찍 통과한 예산안은
적기에 개혁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경제활성화 대책들은 개혁에 체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올해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금융과 실물 간 돈이 도는 경제,
살림살이가 펴지는 경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경제, 경제적 약자와 마음을 나누는 경제가
되길 바랍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전통시장 상인들도 기를 펴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께,
다음의 세가지 업무태도를 주문할까 합니다.
첫째, 개혁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입니다.
개혁은 힘이 들고, 욕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혁이 없으면 일자리도, 성장도,
복지도 불가능합니다.
미취업 청년들이 스스로 '잉여(인간)'라 부르고,
근로자 셋 중 하나가 비정규직이고,
베이비부머는 바늘 하나 꽂을 데 없을 만큼
레드오션인 '치킨창업'으로 달려가는
'고장 난 현실'을 두고볼 수만은 없습니다.
이런 불편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결국 개혁은
'선택지 없는 외나무다리'입니다.
특히, 이번 개혁은 외환위기 때와 다릅니다.
외부에서 '강요된 개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합의해서 선제적으로 희망을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입에는 쓰겠지만, 체질을 바꿔줄
양약(良藥)입니다.
둘째, 창의적 개혁 방법입니다.
잘 알다시피 개혁은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있는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설득에는 신뢰와 끈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때로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돌파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정부와 교회는
인도에서 창안된 0(제로)을 숫자로 인정하지
않았답니다.
0은 실체가 없는데다, 곱셈에서는 모든 숫자를
0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때 반대자들을 설득한 방법은 수학자들의
논리적인 증명이 아니라, 회계사의
간단한 조언이었답니다.
"0이 있으면 계산이 쉬워져 정부와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기 쉽다"는
한마디입니다.
양보를 강요한게 아니라 이익에 호소한
것이며, 이번 우리의 개혁도 서로 뺏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합(合)을 키우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 방법이야말로 개혁의 최고 동력일
것입니다.
셋째, 함께 하는 개혁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개혁을 추진할테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관중석에서 관전평이나
해주십사"하는 자세여서는 안됩니다.
개혁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개혁은 기본적으로 이익 갈등이
일어나는 '타협과 협상의 영역'입니다.
현실에 상대방이 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의 잣대만으로 이끌어 갈 수도 없고,
정부 혼자 그 과정을 단독으로 지배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개혁정책의 제안~수립~집행~평가의 모든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올해는 양(羊)의 해입니다. 양은 무리를 지어
서로 의지하고 사는 대표적 동물이고,
그래서 한자 무리군(群)은 양(羊)의 변이라고
합니다.
사회성 좋고, 이해심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볼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며
십시일반 힘을 보태던 우리의 공동체 정신과
유전자가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양은, 혼자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무리와 함께 오래 가고, 무리와 함께 멀리 갑니다.
그것이 개혁입니다.
규제든, 연금이든, 노동이든, 교육이든
내구성(耐久性) 좋은 탄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개혁이며 결국 "개혁이 밥 먹여준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고,
이해가 부딪칠 수도 있고,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하지 않으면 돌아올 것도
없다(空行空返 공행공반)"는 말처럼, 오직 국가의
백년대계만 보고 개혁을 완수해내야 합니다.
취업통지서를 받아든 청년,
정규직 전환지원금 혜택을 본 비정규직,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은 자영업자,
임대주택에 입주한 서민의 환한 얼굴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분들의 꿈과 희망이
우리를 응원합니다.
우리 경제의 맥박이 쿵쿵 뛰고, 30년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해를 만들어 냅시다.
쉽지 않을 그 길을 제가 앞장서 걷고,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지금, 그 첫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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