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방안 T/F
금융위원장 모두 말씀
금융위원회 등록일 2018-12-21
1 감사 말씀
반갑습니다. 금융위원장입니다.
6개월 전 TF가 출범하면서 기대감을 갖고 만났었고
소중한 결실을 맺는 오늘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서민ㆍ취약계층이 직면한 어려움 완화를 위해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시의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 다양한 제도개선 아이디어뿐 아니라
앞으로 추구해야 할 서민금융의 비전과 철학도
함께 마련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TF를 이끌어 주신 이종수 위원장님과
이론과 실무지식을 적극 담아내 주신
여러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서민금융을 둘러싼 가치 대립
서민금융은 금융과 복지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목적을 위해
금융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금융은 자금의 지원이후 상환을 전제로 하며
리스크가 클 수록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복지적 시각에서는
상환능력 취약자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려운 분들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존재합니다.
반면,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부실률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저하를 우려합니다.
서민금융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이러한 상반된 입장간 균형을 찾아내어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3 점진적 접근의 중요성
채무조정은 가치대립이 자주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올해 2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제도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논쟁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갚을 수 없는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를 지원하여
재기기회를 부여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
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채무감면은
빚을 잘 갚던 다른 채무자의 상환의지와
채권금융기관의 대출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 동안 점진적인 방법으로 양측의 균형을
모색해 왔습니다.
조금씩 개선하여 효과와 부작용을 살펴보면서
다시 한발을 내딛는 방식입니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개인워크아웃과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개선해 왔습니다.
이전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원금 감면도
이제는 상당폭 허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제도개선이
빌린 돈은 어떠한 경우라도 갚아야 한다는
건전한 상식을 훼손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채무에 대한 지나친 자기책임감이
추가대출을 일으키거나 채무조정 제도이용을
지연시켜 재기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보면,
채무자 친화적으로 제도를 추가 개선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정책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시장 기능과 정책과의 조화
이전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던 정책들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당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장환경 자체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가계대출이 본격 등장한 것은
기업대출의 대량부실을 경험한 외환위기 이후입니다.
가계대출은 담보 등 안정성 위주의 대출과
일률적으로 고금리를 부과하는 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반면, 담보력이 미약한 중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시장은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이러한 시장의 문제를 보완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여건은 달라졌고
민간 스스로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까지 무리없이 제 역할을 수행하던
정책서민금융은 시장과의 기능중복과
마찰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시장금융 이용이 가능한 자에게 까지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자들은
상환능력 취약을 이유로 정책금융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이 맡고 있는 현재의 역할은
점차 민간에 이양하고
보다 어려운 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서민금융의 방향전환이 있어야 할 시기입니다.
5 종합적 접근의 필요성
하지만, 서민금융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면
우선 금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서민금융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며 그 효과도 일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사정이 나빠지면 채무불이행 부담만
떠안게 됩니다.
금융지원뿐 아니라 취업, 소득보전, 의료,
주거, 교육 등 복지 차원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서민들이 처한 금융애로에 대한 해법도 마찬가지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추가대출을 원하는 자에 대해,
기계적으로 심사하여 대출하는 것이
서민금융의 역할이 아닙니다.
지출습관과 신용관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대출보다는 채무조정이 필요한 건 아닌지 등
정확한 진단과 복합적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서민금융은 외연적으로 다른 복지제도와
연계를 확대하고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 간 결속을 강화하도록
상담과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합니다.
6 포용금융과 서민금융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기회를 성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위험을 흡수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적인 기능입니다.
하지만, 금융 스스로 위험에 극도로 민감하여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주기적 쏠림, 비오는 날 우산 뺏기 등은
경제사회의 양극화와 거시불안을 확대시키기도 합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시혜적인 사회공헌 확대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의 일정한 역할을 강제하거나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금융기관 스스로가 포용금융 추진이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포용금융의 원리를 금융시스템에 반영하고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서민금융 분야도
결국은 민간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영역입니다.
서민에 대한 자금지원과 채무조정이
결국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 행태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서민금융 지원체계는
불가피하게 과도기적으로 벌여 놓은
거대한 연습의 장이라고 하겠습니다.
7 향후 계획
정부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TF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주신 거 같습니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했던 과제들을
비껴가지 않고 정직하게 다뤄 주셨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책을 구체화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입니다.
제도개편은 기존에 형성된 권리와 책임의
재배분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과도한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계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동참을 구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중 각 과제를 순차적으로 구체화하고
조속히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TF 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